왕대박지지미촌 – 삼색전과 골뱅이로 느낀 전통의 미학
서울 중구 퇴계로, 복잡한 도심을 지나 한적한 골목길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낡았지만 정감 있는 간판이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왕대박지지미촌. 요란한 간판도, 블링블링한 인테리어도 없지만, 진짜배기 ‘한식 주점’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통과 맛이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대표 메뉴인 삼색전과 함께, 은근히 인기 많은 안주인 골뱅이를 주문해 보았습니다. 술 한잔 곁들일 때 이보다 더 완벽한 궁합이 또 있을까요?
회현동 골목 속 진짜 한식 주점
왕대박지지미촌은 서울 중구 퇴계로 62-1, 회현동1가 194-47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도보로 5분 이내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평일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하며, 라스트 오더는 오후 10시입니다. 다만 주말에는 영업하지 않기 때문에 방문 시 일정을 잘 확인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작은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추억 속 주막에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나무 인테리어, 주방 위에 걸린 주전자들, 벽면에 나무판으로 하나씩 정성껏 붙여 놓은 메뉴판까지, 한 장면 한 장면이 오래된 단골집 같은 편안함을 줍니다.
삼색전 – 세 가지 전의 조화로운 향연
이날 제가 주문한 첫 번째 메뉴는 삼색전(10,000원). 가격도 부담 없고 양도 넉넉해서 가볍게 술안주로 곁들이기에 제격입니다.
접시에 곱게 담긴 세 가지 전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 김치전: 잘 익은 김치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어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져 입안 가득 풍미가 퍼집니다.
- 감자전: 얇고 노릇하게 부쳐진 감자전은 고소한 맛과 함께 쫀득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별도의 소스 없이도 담백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 부추전: 부추의 향긋함과 고소한 반죽이 어우러져 전통적인 맛을 잘 살려냅니다. 맥주보다도 막걸리에 더 잘 어울리는 안주였습니다.
그 위에 토핑된 신선한 샐러드는 기름기를 중화시켜주며, 단순한 전 요리에 시각적·미각적 포인트를 더해줍니다.
골뱅이 – 술꾼의 마음을 저격하는 단짠 바다의 맛
두 번째 메뉴는 골뱅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골뱅이무침이 아닌, 소라 형태의 대형 골뱅이찜입니다. 처음 접하는 분들은 놀랄 수도 있지만, 한 입 먹어보면 그 담백함과 쫄깃한 식감에 감탄하게 됩니다.
껍데기 속에 들어있는 살을 꼬치로 쏙쏙 빼 먹는 재미가 있고, 양념 간장이나 초장에 콕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술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이날 제공된 골뱅이는 크기가 상당히 크고 신선했습니다.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며, 해산물 특유의 바다 내음이 입 안에서 퍼지는 느낌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와사비가 올려진 새콤한 초장은 매콤한 감칠맛을 더해줘, 골뱅이 본연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줍니다.
분위기 하나로도 충분한 맛집
왕대박지지미촌의 진짜 매력은 음식뿐만이 아닙니다. 벽면 위에는 칭다오, 하이네켄, 일품진로, 짐빔 등 다양한 술병이 전시되어 있어 보는 재미도 있고, 금속 주전자들이 정돈되어 걸려 있는 모습은 정겹고 인상 깊습니다.
가게 전체적으로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정갈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떠들썩한 술집은 싫지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한잔 하고 싶은 날’**에 제격입니다. 무엇보다 직원분들의 응대도 친절하고 유쾌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막걸리와 함께한 완벽한 조합
전과 골뱅이, 그리고 막걸리.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조합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하나의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막걸리는 흔한 일반 막걸리뿐 아니라, 알밤 막걸리, 복분자 막걸리 등 다양한 종류를 선택할 수 있어 취향에 맞춰 즐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알밤 막걸리와 삼색전의 조합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고소한 전과 은은한 단맛의 막걸리가 만나 입 안에서 절묘한 밸런스를 이루어줍니다.
방문 팁 & 요약
- 삼색전은 1~2인에게 딱 좋은 양입니다. 혼술 또는 둘이서 간단한 안주로 충분합니다.
- 골뱅이는 생각보다 양이 많고 신선도 높음.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꼭 주문해보세요.
- 막걸리 종류 다양. 초보자도 도전하기 쉬운 달콤한 맛도 있음.
- 토요일, 일요일은 영업하지 않음. 평일 저녁 방문 추천!
-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짜 한식을 즐기고 싶다면 최고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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